지난 수요일, 2월 14일이 재의 수요일이었으니까 오늘은 사순절 7일째가 되는 날이다. 사순절(Lent)이란 무슨 뜻이며, 어느 때를 말하는가? 왜 하필 40일일까? 어떻게 사순절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가? 올해 나는 왜 유난히 사순절을 챙기는가?
사순절은 언제?
사순절은 부활절에 이르기 전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기다리며 자기를 살피고 근신하는 절기이다. 한자어에서 순(旬)이란 열흘을 의미하는 것이니 사순(四旬)절이란 40일간의 절기를 의미하는 것이다. 올해 2024년의 부활절은 3월 31일이니 3월 30일을 포함해서 역으로 40일을 계산하면 사순절의 시작일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일은 사순절에 포함시키지 않으므로 2월 14일 수요일이 사순절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보통 나는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는 때가 많았다. 개신교에서는 교회력에 따른 절기들을 그리 열심히 챙기지 않는 편이므로 꽤 오랜동안 사순절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지내왔다. 그러나 수 년 전 캐나다의 경건한 작가 Ann Voskamp의 글에서 그 날을 아주 의미 깊게 지내며 묵상한 것을 보고 감명을 받은 후, “재의 수요일”이란 날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카톨릭 전통에서는 사제가 이날 미사 때 이마에 재의 십자가를 그리며 회개의 시간을 가짐으로 사순절을 시작하는 날로 기리고 있다. 하지만 개신교에는 딱히 그런 의식이 없으니 아직도 많은 개신교 신자들 중에는 이날에 대해서나 사순절에 대해 모르고 있을 것이다.
성경에서 지키라고 해서 정한 절기가 아니므로 굳이 그것을 꼭 지켜야 할 의무처럼 여길 필요는 없겠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고 그 부활의 기쁨을 기리기까지 특별한 준비 기간을 갖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왜 40일일까?
왜 40일일까?
우선 떠오르는 것은 예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40일간 밤낮으로 금식하시고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신 사건이다. 그리고 부활하신 후 승천하시기까지 40일간 자신의 살아계심을 사람들에게 알리셨다. 구약에서도 보면 제일 처음 하나님께서 물로 세상을 심판하실 때 40일간 주야로 비가 내렸다. 모세가 광야에서 양을 친 년수도 40년,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를 헤맨 것도 40년... 그 외에도 신구약 성경에는 40이라는 숫자가 많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해서 성경에서 이 40이라는 숫자가 명백히 어떤 의미를 상징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40이라는 숫자가 등장하는 사례의 공통성을 찾아 어떤 학자들은 이 40이란 숫자를 ‘근신’이나 ‘시험’이란 뜻으로 보기도 한다.
사순절의 실천
사순절에는 역사적으로 주로 3가지 큰 실천을 강조한다. 금식과 기도와 구제이다. 최근에는 한국교회에도 이 사순절 기간을 맞이하여 갖가지 40일간의 특별 프로그램을 가지고 성도들의 신앙과 경건을 독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40일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도와 난민들을 위한 헌금, 40일간 특별 새벽기도, 자녀를 위한 40일간의 기도 등... (좀 더 구체적인 안내는 맨 아래 있음)
평소 해이해진 영적 상태를 돌아보고 회개하며 근신하고, 절제하며, 선행을 행하도록 촉구한다.
내가 사순절을 챙기는 이유
올해 내가 유난히 이 사순절을 기억하며 챙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내 영혼은 “주여, 이 알고리즘의 풍랑에서 나를 구원해 주옵소서!”라며 부르짖고 있다. 내 영혼이 메마르고, 기도의 호흡이 짧고,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인 때가 많고, 내 영혼은 영적 갈증에 시달리지만 막상 나는 하나님 앞에 나아가 지긋이 머무르지를 못한다. 유투브와 각종 매체의 홍수 속에서 정신을 못차리고 휙휙 지나가다 보니 나의 내적 리듬이 모두 스타카토로 나를 몰아간다. 바쁘기는 하지만 목적과 방향은 없이 이리저리 파도치는 물결에 무기력하게 휩쓸려 가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다.
그래서 지금의 이 사순절 절기가 내게는 하나의 구명보트와 같이 느껴진다. 절기 자체가 나를 건져주는 건 아니겠지만, 이 절기의 의미와 목적을 생각하며 이 절기만이라도 나 자신이 근신할 수 있도록 결심을 한다. 되도록 오락을 줄이고, 자주 하나님 앞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스크린 보는 것도 좀 절제하여 새로운 내적 질서를 찾고 싶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벌써 잘 안 되고 있다. 그래도 또 시작한다. 40일간만이라도 매일 새롭게 조금씩이라도 육신을 쳐서 굴복시키려 노력해야지. 마음 가난하고 애통한 자가 누리는 하나님의 나라의 은혜를 이번 부활절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도록...
<사순절 실천에 도움되는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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